손영욱ㅣ광고 5팀 대리 youngwook.son@cheil.com
시장점유율 5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강력한 1위 브랜드 웅진코웨이 정수기! 사실 이번 코웨이 정수기의 광고목표는 단기적인 매출 성장보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 강력한 무엇인가를 새기는 데 있었다.
코웨이 정수기만의 그 무엇!
‘누구나 다들 쓰고 있는 코웨이 정수기지만, 왜 이 제품이 좋은 거지? 유명해서 좋은 건가? 사람들이 많이 쓰니까 나도 써야하는 걸까? 괜히 브랜드 제품이라서 비싼 것이 아닐까?’ 등등… 이러한 의문들은 훗날 코웨이 정수기에 충분한 위협이 될 수 있으며, 경쟁사들에게는 좋은 무기가 될 수도 있었다.
우리는 웅진코웨이 정수기 광고캠페인을 시작하며, 소비자들의 마음속에서 자라고 있을 이런 생각들을 없애고, 그 자라에 새로운 무언가를 심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그 ‘무언가’를 제품 자체에서 찾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정수기를 사용하는 이유는 당연히 깨끗한 물을 마시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물을 걸러주는 필터에 그 비밀이 숨어 있지 않을까?
코웨이 정수기는 국내 최초 자체 생산에 성공한 ‘RO멤브레인 필터’를 사용한다고 한다. RO멤브레인 필터는 역삼투압 방식의 필터로, 식물의 삼투현상을 응용하여 인위적인 삼투압을 발생시켜 물을 걸러 내는 방식. 물을 통과하는 막의 크기가 머리카락 100만 분의 1정도로 미세하다고 하니, 남는 것은 100%순수한 물뿐! 그런데 이 필터를 우리가 찾던 ‘무언가’로 삼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경쟁사의 제품이 다른 방식의 필터를 사용하여 몸에 좋은 미네랄은 남긴다고 하는데, 코웨이가 순수한 물만은 제공해 준다고 커뮤니케이션 한다면 오히려 남 좋은 소리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코웨이 정수기만의 그 ‘무언가’를 사람들의 마음속에 확실히 새겨 놓을 수 있을까? 기존에 사용했던 웅진코웨이만의 물 연구소 이야기는 어떨까? 기술력이 뛰어나다고 강조한다고 해도 요즘 소비자들은 ‘그래서 내가 왜 꼭 이걸 써야 하지?’라고 반문하기 십상일 텐데…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또또 사랑하라!
코웨이 정수기의 제품 특징을 부각하는 것만으로는 현재 이 시점에서 소비자들의 마음 속에 ‘무언가’를 남길 수 있는 광고 메시지를 전하기 힘들 것 같았다. 우리는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 생각해 보기로 했다. 웅진코웨이의 기업철학인 ‘사랑’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환경가전을 만드는 회사가 웬 사랑?’이라는 의문을 가질 법도 한데, 이는 오늘날의 웅진코웨이를 있게 한, 윤석금 회장님의 평소 지론이 담긴 경영철학이다.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을 사랑한다.’ 이것은 젊은 시절 한국브리태니커 영업사원 시절부터 모든 고객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 없이는 아무리 뛰어난 제품과 서비스로도 고객을 감동시킬 수 없다고 한 윤석금 회장님의 생각을 축약한 문장이다.
이 경영철학을 다시금 떠올리며, 우리는 이번 캠페인의 해답 역시 제품이 아니라 고객, 즉 소비자에게서부터 출할하는 것이 옳을 것이라 판단했다. 코웨이 정수기를 사용하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오직 깨끗한 물만을 제공해주고자 하는 웅진코웨이의 ‘사랑’, 그리고 이 사랑을 소비자들의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끼게 해주는 광고! 바로 이것이 강력한 1위 브랜드 코웨이 정수기가 해야 할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결론을 얻게 된 것이다
엄마 배 속에서부터 시작된 코웨이 광고
거듭되는 제작 회의와 고민의 시간들을 거쳐, 작은 아이디어의 씨앗이 건강하게 자라나고 숙성되어 마침내 시안으로 탄생했다. 시안은 자료 이미지들을 편집한 동영상이었는데, 광고로서는 1분 여의 짧지 않은 분량이었다. 모든 스태프가 모여 동영상을 감상했고, 모두의 가슴에는 잔잔한 감동의 물결이 퍼져나갔다.
시안 도영상의 내용은 임신테스터기를 통해 딸의 임신사실을 알게 된 부모님들의 감격한 모습과 열 달 동안 점점 배가 불러오는 사진과 그 위의 정제된 카피 한 줄이었다.
“엄마가 마신 물, 태아에게 가는 시간 5분! 생명이 마십니다. 그래서 깐깐합니다.”
아내의 출산이 임박해 있던 시기여서였을까. 이보다 강력한 정수기 광고는 더 이상 없을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더욱 공감이 갔기에, 가슴 한 구석이 찡해오는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시안보고를 받은 웅진코웨이 홍준기 사장님은 흐믓하게 웃으시면서 “애들 낳아 봤나? 이건 낳고 키워 본 내가 제일 잘 알아”라며 이휴의 진행 과정을 제일기획에 믿고 맡겨 주셨고, 우리는 광고주와 긴밀한 협조하에 구체적인 준비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후 제작과정에서 한국인의 정서에 맞도록 시안의 친정 부모님은 임산부의 실제 남편으로 바뀌게 되었고, 매체환경을 고려해 1분의 광고분량이 30초로 줄었지만, 이번 캠페인이 주게 될 감동은 절대로 줄어들지 않도록 준비가 진행되었음은 물론이다.
캠페인의 제작을 총 지휘한 양영옥 CD는 이번 캠페인이 진심으로 공감을 얻고 감동을 전달하기 위해 연출이 아닌 리얼 다큐멘터리 기법을 제안했고, 그 결과 광고에 출연할 모델은 출산이 예정되어 있는 실제 부부들 200쌍 중에 이도엽,전수아 부부로 결정되었다.
이 부부의 집에는 특별히 섭외된 다큐멘터리 전문 촬영팀이 출산일까지 동거동락하며 연출이 아닌 실제 임신기간을 라이브로 촬영했고 나중에는 이도엽, 전수아 부부와 식구처럼 친해져서 작년 연말 출산 때는 직접 분만실까지 들어가 모든 장면을 생생히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12월 27일 새벽 3시 반, 천사가 오다
이도엽, 전수아 부부의 출산 예정일은 이미 정해져 있었지만, 평균 출산 시기 전후 2주 정도의 오차가 있는, 말 그대로 예정일이기 때문에 촬영 일정 또한 보통의 광고 촬영처럼 확정된 촬영일조차 없는 상태로 진행되었다. 이 때문에 제작 팀 및 촬영스태프들은 출산 예정일이 다가옴에 따라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고 한다. 2008년 12월 27일,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꽉 막히는 퇴근시간의 도로에서 담당 PD는 전화 한 통을 받게 되었다.
“애기 아빠입니다. 아내가 진통이 시작되어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네요.” 이 전화 한통은 직접 전화를 받은 담당 PD와 제작팀, 촬영스태프들 모두를 움직이게 만들었고 실제로 참여했던 스태프 중 한 명은 막히는 길 때문에 도저히 시간 맞추어 병원에 갈 수 없을 것 같자 자신의 차를 버리고 달려왔다. 병원에 도착한 스태프들은 전수아 씨의 진통에 남편 이도엽씨와 함께 걱정을 하며 짧지 않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드디어 새벽 3시 반경이 되자 산모는 분만실에 들어가게 되었고 생생한 출산 장면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응애~응애~~~”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태어난 시후, 그리고 감격한 아빠와 시후 엄마의 모습은 3월 말경에 온 에어 예정인 2차 ‘출산 편’에서 직접 확인 할 수 있으며 지난 2월 9일 공중파 및 케이블 TV에 온에어된 1차 ‘임신 편’은 현재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으며 입소문을 타는 중이니 아직 못 보신 분들은 TV에서 확인해 주시리라 믿는다.
코웨이 정수기 다큐 캠페인이 탄생되기까지
이번 코웨이의 리얼 다큐캠페인은 2009년 연중에 시후(이도엽,전수아 부부의 실제 아들 이름)의 ‘임신, 출산, 백일, 돌’이라는 주제로 총 네 편이 기획되었으며, 앞으로의 온에어는 시후의 성장과 더불어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캠페인의 시작을 알리는 1차 ‘임신 편’이 온에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고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있지만, 지나온 긴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음을 밝히고 싶다. 제일기획의 역량을 믿고 긴 시간을 기다려 주시고, 좋은 시안을 컨펌해 주신 웅진코웨이 광고주 분들이 없었다면, 밤을 지새우며 아이디어 개발에 몰두해 준 양영옥CD팀이 없었다면, 촬영을 허락해 주고 지금도 고생 중인 시후 엄마아빠가 없었다면, 그리고 건강하게 태어나서 잘 크고 있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시후가 없었다면….. 이번 캠페인은 시작조차 하지 모했을 것이다.
또한 이번 캠페인은 심의절차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정수기 제품군에 내용 역시 임신과 출산의 실제 기록을 담았기 때문에 방송 온에어가 가능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터의 핵심기술을 설명하는 데 있어 수많은 논문자료와 전문자료로 도와주신 ‘웅진코웨이 R&D 센터’의 이강진 박사님, 그리고 ‘엄마가 마신 물이 태아에게 가는 시간 5분!’이라는 카피를 증빙하기 위해 의학 소견서까지 써주시면서 도움 주신 서울대학교 병원 박사님께도 특별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Epilogue
사보의 캠페인 하이라이트 원고 작성을 문의해 왔을 때 고민이 참 많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캠페인을 기획하고 제작한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일 뿐인데, 과연 캠페인 전반에 대해서 논할 수 있는 것일까하는 생각에 부담스럽기도 했다. 더군다나 이번 코웨이 정수기 다큐캠페인은 올해에 총 네 편이 온에어될 계획인데, 그 가운데 첫 편인 ‘임신 편’이 이제 막 선보인 상황, 캠페인 전체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 자차게 어불성설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원고 작성을 통해 캠페인을 되돌아보고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이번 캠페인은 물론 함께 일하는 제작팀, 광고주에 대한 애착을 다시 한 번 더 느낄 수 있게 된 것 같다. 아직은 캠페인이 막 시작한 시점이고, 나의 AE인생도, 광고주와의 파트너십도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내가 하는 일을 좀 더 재미있게 즐겨야겠다. 2009년도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