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예 전략2본부 전략7팀
여기 꿈의 직업이 있다. 이 직업의 주인공은 유리처럼 투명한 바닷물이 넘실거리는 백사장에서 에메랄드 빛 산호초를 만끽해야 한다. 6성급 리조트에서 고급 스파를 받고, 스노클링도 해야 한다. 그리고 하루 일당은 77만원이다.
세계 최고의 직업이라는 이 직종의 이름은 바로‘섬 관리자(Island Caretaker)’이다. 호주 퀸즈랜드 관광청이 최근 해밀톤 아일랜드(Hamilton Island)의 관리자를 뽑는다는 이색광고를 냈다. 이 해밀톤 아일랜드로 말할 것 같으면 섬 자체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며, BBC가 선정한‘죽기 전에 가봐야 하는 50곳’ 중 2위에 오른 그레이트 베리어리프(Great Barrier Reef)에 있는 아름다운 섬이다.
또 영화‘니모를 찾아서’의 배경이기도 하다. 섬 관리자는 올 7월부터 6개월 동안 방 3개가 딸린 집에서 생활할 수 있으며, 한 달에 12일만 일하게 된다. 봉급은 2주 단위로 받는데, 한화로 따지면 1억 5천만원 상당이다. 물론 물고기에게 먹이도 주어야 하고, 수영장 물 위에 떠있는 나뭇잎을 건져 내는 업무도 해야 한다. 경비행기를 타고 우편배달을 하기도 하고, 이 모든 일들을 매주 한번 동영상으로 찍어 블로그에도 올려야 한다. 관광청은 행여나 섬 관리자가 외로워 할까봐 친구나 가족 1명을 동반할 수 도 있게 하였다.
“퀸즈랜드 관광청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관리 보다는 휴양에 가까운 직업에 이렇게 많은 급여를 주는 건가?”하는 질투어린 생각을 하다가도 관광청이 앞으로 받게 된 그리고 받게 될 글로벌 광고효과를 생각하면 1억 5천만원쯤이야 흔쾌히 내줄 수 있을 것 같다. 관광청은 이 관리자 구직광고로 이미 1,300만 호주달러(한화 약 112억원)의 광고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2월 22일 관리자 모집을 마감했는데, 자신의 지원동기를 담은 1분짜리 동영상이 세계 200개국에서 34,684개나 몰려들었다. 유명인사부터 이라크 참전 미국 병사까지 다양한 그들의 사연은 또 한 번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전 세계에서 무려 350만명 이상이 이 사이트를 방문했으며, 총 2,300만 건 이상의 페이지뷰를 기록했다. BBC, 로이터 통신 등 세계적 언론이 앞다투어 구직 내용을 소개하면서 모집사이트는 첫날부터 다운 되기도 했었다. 한국에서도 80여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국가별 지원자 수로 따지면 17번째이다. 매년 획기적인 마케팅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아온 호주 퀸즈랜드 관광청은 이번에도 섬 관리자를 뽑는다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통해 어마어마한 광고효과를 냈다.
실제로 섬을 관리하는 관리자를 뽑는다기 보다는, 해밀톤 섬을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기 위한 블로거를 뽑은 셈이다. 관광청 조차‘획기적인 마케팅 방법을 생각할 줄 아는 창의적인 사람’을 뽑겠다고 언론에 밝혔으니 말이다.
기존 마케팅 방법에서 벗어난 이 글로벌 전략은 건조한 봄날에 청량한 이슬비처럼 전 세계인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과연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히 hooking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6개월 동안 블로그를 통해 지속적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월 6일, 이 꿈의 직업을 갖게 될 행운의 주인공은 과연 누가 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참고]
. http://www.islandreefjob.com
. http://www.queensland.or.kr
. http://www.queenslandholidays.com.au
. http://news.bbc.co.uk/2/hi/asia-pacific/7823812.s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