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뭔가 다른가요? 새해가 시작된 지 벌써 두 달이 훌쩍 지나가버린 지금, 광고인들은 어떤 계획을 세우고,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부끄럽지만 기자는 그동안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어떤 회사에서 일할 것인가, 어떻게 일할 것인가, 어떠한 목표로 일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뒷전이고, 새해가 시작되면 습관처럼 다이어리나 달력을 꺼내 들고 다이어트, 영어공부, 애인 만들기 등과 같은 자질구레하고 지키지 못할 계획이나 목표를 세우기 바빴다. “우물쭈물하다가 2009년도 금방 지나가 버릴걸… 그럼 뭐 나이만 먹는거지”라고 가슴에 대못 박는 잔소리가 귓전을 스친다. ‘이래선 안된다’는 일념 하에 찾아가보기로 했다. 광고인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말이다. 기축년을 맞아 특별히 소띠들을 물색했다. 73년생인 소띠 네 명에게 일과 사적라이프에 대해 물어보았다. 아, 참고로 올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소띠란다.
농심기획 기획5 차장-장우진
영화배우 ‘키아누리브스’란 별명을 가지고 있는 장우진 차장은 잘생긴 외모에 솔직하고 진중한 성격을 갖춘 인물이다. 지난해 신설된 개발팀에서 근무한다는 그는 농심기획에 재입사한 이력의 소유자다. 다시 돌아온 이유에 대해 묻자, ‘농심 특유의 끈끈한 정(情)’때문이라고 답했다. 같은 팀 내에서도 직급에 상관없이 무조건 경쟁을 붙이는 타 대행사와는 달리 농심기획의 분위기는 ‘인간적’이다. PT에서 이기면 축배의 잔을 들어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지면 말없이 술잔을 비워 위로해주는 동료들이 있어서다. 그는 이런 인간적인 분위기 덕분에 함께 일하면 시너지가 배가 된다고 설명했다.
“광고란 크리에이티브의 결과물이기 이전에 사람들 간의 협업을 전제로 하는 작업이에요. 아무리 크리에이티브나 전략이 뛰어나더라도 사람들 간의 유대관계가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거나 중요해질 때가 있거든요.”
휴먼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는 농심기획 내 테니스 서클의 회장을 맡고 있다. 군대에서조차 테니스병이었을 정도로 테니스 치기를 좋아한단다. 체력증진을 목표로 매주 목요일마다 테니스를 치는 인원은 무려 15명. 테니스 칠 때만큼은 회사일을 생각하지 않고 신나게 치라고 회원들한테 주문한다. 차장 2년차에 접어든 그는 이제 위(상사)보다 아래(후배) 인원수가 더 많다. 리더십이 필요한 때를 의미한다. 그는 자신을 ‘권위적이기 보다 융통성 있는’ 유연한 리더십을 가졌다고 말한다. 광고물량마저 줄어든 요즘 같은 불경기에 그의 유연한 리더십은 빛을 발한다.
사실 그는 호텔 경영 전공으로 미국에서 7년간 거주했었다. 광고에 대해서는 4~5개월가량 미국 힐튼 호텔에서 잠깐 광고영업을 했던 것이 전부였다고 하지만 그는 광고의 매력에 빠졌고, 한국에 들어와서는 전공을 버리고 완전히 광고업계에 새롭게 발을 내딛었다. 획일화되고 고정적인 호텔 일에서 크리에이티브한 광고일은 적성에도 맞았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음료수 웰치 광고를 제작했을 때라고 회상했다. 아르헨티나 현지에서 7박8일 동안 기획에서부터 모델캐스팅, 매체 플래닝, NTC까지 CF제작 전 과정을 매니징한 경험이다. 남미 특유의 문화와 한국적인 문화의 차이가 새삼 크게 느껴진 작업이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인간적이고 가슴 뭉클해지는 감동적인 광고를 좋아한다는 그는 우유라는 제품을 감성적으로 접근했던 서울우유의 ‘사랑한다×3’편과 타깃 특징에 부합되는 전략을 감성적으로 접근했던 대한생명의 ‘Change your life’편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작은 것을 크게 볼 줄 아는 그가 멋져 보인 순간이었다.
★ 나의 24시간 7시 기상 - 8시 30분 회사 도착, 이메일 확인 - 9시 업무시작 - 18시30분~19시 퇴근 - 약속 있을 경우, 23시~24시 귀가, 약속 없을 시, 곧장 집으로 퇴근, 마트 장보기 등
★ 앞으로 만들고 싶은 광고 매출 증대과 크리에이티브의 우수성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광고. 두 마리 토끼를 놓치고 싶지 않다.
★ 평생을 걸려서라도 이루고 싶은 꿈 셀리라자러스 오길비앤매더 회장의 좌우명이 ‘일보다 가정’이란다. 광고인으로서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화목한 가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진정한 내 삶의 원동력은 가정이이니깐.
아이파트너즈 크리에이티브부문 팀장-손수진
그는 엄밀히 말하자면 광고인이 아니라 웹디자이너이다. 아이파트너즈에만 7년째 근무하고 있다는 그는 평소엔 친구같은 선배로, 일할 땐 엄격한 팀장으로 종횡무진하고 있다. 마산이 고향이라는 그는 억양에 귀여운 사투리가 살짝 섞여 특유의 ‘사람 좋은’ 인상을 풍겼다. 인상뿐만이 아니다. 그에게 일분이라는 시간을 주고 상대방을 사로잡으라는 주문을 한다면 기꺼이 해낼 수 있을 정도로 다정다감한 성격을 지녔다.
그녀가 시각디자인 전공을 웹디자인으로 바꾸게 된 때는 IT붐이 일던 해였다. 종이를 사용했던 아날로그에서 html을 입력한 후 화면에서 바로 확인 가능한 디지털 작업의 매력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저 기술과 디자인의 조합이 신기하기만 했던 것이다. 결국 대학을 편입해 웹디자인으로 전공을 바꾸고 삼성SDS에서 분사한 디자인스톰에서 사회로의 첫 발을 내딛었다. 그 후 e-카드를 만들었던 디어유와 창업 멤버였던 이노다임, LG카드 등을 거쳤다.
4년 전 아이파트너즈에서 팀장으로 승진했던 첫 해, 그는 도저히 맘이 안 놓여 낮에는 디렉팅 업무를 하다가 밤에는 실무 시안을 잡았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두 번째 해에는 시안을 잡지는 않았지만 직원들이 일할 때 같이 밤새고 남아있었다. 세 번째 해, 직원들이 자신을 필요로 할 때까지 참견하지 않게 됐다. 마침내 올해엔 따로 정해진 1~2시간의 리뷰 시간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세월과 함께 팀장으로서의 관록이 생긴 것이다. 시안이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이젠 제법 광고주 앞에서 뻔뻔하게 “개선하겠다. 믿어달라”는 식의 포장도 제법 잘 한단다. 팀장 4년차에 접어들면서 이제 자유시간도 많이 생겼다. 일만 쫓았던 탓에 여전히 싱글라이프를 즐기고 있지만 가치관은 뚜렷하다. “결혼보다 일을 선택했어요. 제 성격상 결혼을 하게 되면 이왕 하는 거 잘하고 싶고 완벽하게 결혼생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럴 자신이 없더라고요. 저는 제 일을 정말 좋아해요. 스트레스 받을 때도 있지만 오래가는 편도 아니거든요. 빨리 처리하고 털어버리자주의지요.”
이렇게 털털한 그녀지만 일에 있어서만큼은 깐깐하다. 직원들의 작업을 평가하는 기준에 대해 ‘기본’을 엄격히 따지는 편이다. “메인페이지에 집중해요. 경력이 많지 않은 디자이너들이 자주하는 실수 중에 하나가 역기역자의 기본을 무시한 채 새로운 시도에만 집착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대개 클라이언트만 신경 쓴 나머지 그 사이트를 일반인도 들어온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거죠. 역기역자 형태를 유지하면서 조금씩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게 좋아요.” 그에게 있어 터닝포인트가 있다면 일을 그만둘 때일 것이다. 웹에 접목하기 위해 배웠던 캘리그라피, 취미생활인 도자기를 만들기와 가시 없는 선인장 키우기 등 이 모든 일을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찻집을 운영하고 싶단다. 그는 새로운 뭔가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지만 잘 할 수 있는 것에만 도전한다. 일찌감치 이게 내 길이 아니면 가지 않는다. 요즘 손 팀장이 꽂힌 글귀 하나가 있다. ‘가슴이 허락한 말’이라는 문장. 직원들에게 잔소리처럼 “(포토샵)레이어를 정리해라”고 말한다는 손 팀장의 진심을 직원들이 알아줄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 나의 24시간 7시 전후 기상 - 8시 50분 회사 도착, 우유 한 컵 마시기, 메일 확인하기, 업무 시작 - 18~19시 퇴근, 선인장 손질하기
★ 올해 소망 좀 더 여유있게 생활했으면 좋겠다. 요즘 일어 공부를 시작했는데, 히라가나 가타카나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 내 아이디어의 원천 직원들. 직원들과 10분간 수다만 떨어도 요즘 유행이 뭔지 파악된다. 디자이너들이다보니 그들이 주로 들어가는 사이트만 봐도 공통 분모가 떠오른다. 아니면 시안단계에서 직원들과 리뷰를 하다보면 서로 벤치마킹도 할 수 있고, 공감대 형성도 쉽게 된다.
디브로스 게임애드사업본부 운영개발팀 팀장-이남성
이남성 팀장은 현재 게임 내 광고 선두기업인 디브로스에서 게임광고솔루션을 담당하고 있다. 게임 광고를 담당한 지는 사실 얼마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주 전공은 게임개발자다. 하지만 순전히 게임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운명의 이끌림이라고 할까. 그는 그렇게 설명했다.
학부시절 화학 전공으로 졸업한 후 임용고시를 준비할까 생각하던 찰나 ‘게임개발 인재육성’이라는 신문광고가 그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고 한다. 당시 98~99년도는 대한민국 IT벤처붐이 일던 시기였다. 의외로 게임에 재미를 느낀 그는 지금까지 신나게 달려왔다. 그리고 “게임시장이 망하지 않는 이상 게임광고도 죽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게임 개발에서 게임 내 광고로 지난해 약간의 방향 전환을 했다. “이 바닥은 경험이 생명”이라는 그의 말처럼 게임 개발자 출신의 이력은 큰 메리트로 작용하고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게임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그는 책이나 학원을 다니면서 배우는 방법보다는 관련 동호회나 카페, 블로그 활동을 통해 정보를 얻고 같은 관심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 오히려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충고한다.
게임광고 개발자로서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걸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상품)을 많이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 특히 웹과 모바일, 온라인, 콘솔 게임 등 다양한 게임 플랫폼을 통합시킬 수 있는 광고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현재 이 팀장이 지휘아래 출시를 앞두고 있는 광고로는 Spot 광고가 있다. 2D방식으로 게임 내 객체 앞에 띄우는 형식으로 원하는 위치, 시점에 자유롭게 집행할 수 있는 강점을 지녔다. 특허출현으로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되도록이면 업무시간에 집중해서 일찍 퇴근한다는 그는 요즘 틈틈이 책읽기를 즐겨한다고 말했다. 출판사를 경영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동안 못 읽고 장식용으로만 진열돼 있던 책들을 이제야 꺼내보기 시작했다고. 지난해 그가 중고 서점에서 구입한 책은 무려 200권이다. 다 읽었냐는 질문에 그는 느긋한 말투로 “이제 읽어야지요”라고 말한다. 한바탕 웃음을 선사하고선, 그는 언젠가 자신의 회사를 경영해보고 싶다는 바램을 전했다. 한번도 이 일을 그만둔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을 정도로 이 일을 좋아한다는 이 팀장은 “이 일만큼 가슴 두근거리는 일도 없다”고 자신의 직업에 애정을 담아 전했다. 이 팀장처럼 가슴뛰는 설렘을 느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이나 될까 궁금해졌다.
★ 나의 24시간 5시 40분 기상 - 6시~7시 수영 - 9시~9시10분 출근, 메일확인, 오늘 할일 체크 - 19시~19시30분 퇴근
★ 나의 성격 예전에 내 모습을 돌아보면 맺고 끊는 거 잘했고 융통성이 없었다. 이제 관리자의 입장여서인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면이 커졌다.
★ 기억에 남는 경험 충격적이고 당황스러운 첫경험이다. 디브로스 직원들 중 내가 나이가 제일 많다. 놀랍다.
금강오길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부장 -장재혁
장재혁 부장은 ‘장재혁’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세계에 널릴 알릴 수 있을 만큼의 멋진 광고를 만드는 게 꿈이다. 칸, 끌리오, 런던 등 다수의 국제광고제에서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경험을 가지고 있는 그는 올해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한 포토스튜디오의 광고를 만든 것. 광고주에 의해의서라기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이런 광고를 해보시는 것이 어떠신가요”라고 역제안을 한 광고다. 외국의 경우, 규모가 큰 대행사라고 하더라도 작은 브랜드를 개발하는 사례가 많다. 알려지지 않은 작은 브랜드일수록 오히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상당히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어서다. 그만큼 외국에서는 크리에이티브를 높이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돼 있는 것이다.
장 부장은 ‘왜 우리나라 광고는 그렇지 못할까’에 대해 생각해봤다고 한다. “독재정권의 주입식 교육의 영향 때문이 아닐까요? 국내 광고에서는 소비자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받아들일까에 대한 배려보다는 일방적으로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내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소비자에게 이렇게 해라 식의 명령을 내리죠. 소비자와 브랜드(기업)간의 격을 없애야 한다고 봐요.”
장 부장과 오길비와의 인연은 남다르다. 세 번째 입사이기 때문이다. “한 회사에서 4년째가 항상 고비였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하는 그는 안주하기보다는 자꾸만 변화를 갖고 싶고 새로움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싶다고 한다.
항상 신선하고 새롭고, 소비자의 인사이트를 건드려주는 광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들에겐 아이디어가 생명일 터. 그는 뾰족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계속 집중해서 생각만 한다고 한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머릿속에서 반짝, 하고 아이디어가 떠오른단다. “특별한 방법은 없어요. 평소에 다양한 소스를 담아두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힘들 때 고비를 넘기는 그만의 방법은 ‘나 여기 없소, 시간아 가라~’ 식의 유체이탈 놀이를 하는 것이다. 문제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아무생각없이 멍하니 있는 게 더 도움이 된단고 충고한다. “생명을 다루는 일도 아닌데요 뭘요. 하루 종일 힘든 게 아니라 한두 시간 잠깐 힘든 경우가 많거든요. 시간이 다 해결해주는 것 같아요.” 오랜 경험에서 우러난 말이다. 다른 일을 해 볼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광고보다 더 재밌는 일이 많겠지만 재주가 없다”며, “할 줄 아는 건 광고밖에 없고, 그래서 계속 이 일만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는 게 아니라 광고에 대한 열정이 너무 커서라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 나의 24시간 8시 기상 - 9시15분~9시 30분 출근 - 18시~24시 퇴근(대중없다)
★ 앞으로 만들고 싶은 광고 수준 높은 광고를 만들고 싶다. 광고 자체적 평가 수준이 있다. 한번 봐서 이슈, 핵폭탄처럼 터지는 광고말이다. 주입식 매체파워나 물량을 앞세우지 말고.
★ 평생을 걸려서라도 이루고 싶은 꿈 솔직히 아직 발견 못했다. 평생 걸려서 할 게 있을까? 그저 만수무강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