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마포구 망원동, 새로움을 통해 만들어낸 공존
진짜 망원동과 공존하려는 새로운 가게와 간판
근 10개월만에 다시 찾은 망원동은 변화폭을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새로운 가게가 많이 들어섰다. 새로운 가게가 많이 들어서고 있다는 것은 예쁜 간판이 많이 생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가게가 들어선다는 것은 기존에 자리를 지키던 공간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이른바 새로 뜨는 동네에서 기존 상권, 주민과의 공존은 중요하다. 상권의 폭발력은 신규로 유입되는 유동인구가 만들어 내지만 지속성은 지역 주민들이 담당하기 때문이다. 뜨는 지역의 새로운 가게가 지역의 생산, 주거 인프라를 잠식하기 시작하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처럼 기반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최근 망원동 주민들이 망리단길로 불리기 싫어하는 이유다.
다행인 점은 망원동 역시 성수동과 비슷하게 아직 지역의 생산 인프라가 건재하게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일종의 신구조화라고 할 수 있는데, 젠트리피케이션을 더디게 하는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 망원시장을 중심으로 길게 늘어선 지역의 생산 인프라는 공존의 중심축이다. 이른바 뜨는 동네인 망원동을 찾아온 사람들도 시장을 구경하고, 장을 보러온 주민들도 재미있는ㄴ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신다. 흥미로운 공생관계다. 이러한 분위기는 간판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간판이 작고 예쁘며 거추장스러운 현수막이 없다는 것은 치킨게임으로 극단으로 치닫는 분위기가 아니란 걸 상징하기 때문이다.
거리의 분위기를 바꾼 가게와 간판의 개성
최근 망원동과 그 곳의 간판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홍대와 합정동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다. 홍대와 합정동은 오래도록 상징적인 공간이었다. 재미있고 이색적인 가게와 공간이 많은 곳으로. 물론 홍대와 합정동은 여전히 재미있는 곳이고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지난 몇 년 사이 임대료에 부담을 느낀 가게가 이동했고 홍대 분위기가 망원동을 채우고 있다. 합정동의 초창기 모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인지 망원동에서 볼 수 있는, 눈에 띄는 간판은 이색적이며 가게의 개성을 오롯이 담는다. 망원역을 중심으로 여러 블록에 파편화돼 있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강하게 사로잡는다. 예쁜 간판을 찾는 재미에 골목 구석구석을 좀 더 걷게 된다. 왠지 한 걸음 더 들어가면 예쁜 간판과 재미있는 가게가 있을 것 같아서. 결국, 간판은 거리를 걷는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가게의 신뢰를 높이는 묘한 심리적 영향까지 미친다. 간판은 가게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간판만 딱 봐도 믿고 들어갈 수 있는 그런 느낌. 신뢰와 호기심이 동시에 드는 간판. 이는 제대로 만든 간판이 내는 힘이라 할 수 있다. 망원동에는 그런 느낌이 드는 간판이 많다. 이는 간판 개선 사업을 통해 미관개선 효과를 보려는 지자체에 좋은 학습사례다.
이렇듯 간판을 통해 거리의 풍경을 바꾸는 것에 대한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 사람들이 몰리는 이른바 뜨는 동네의 다양한 간판이 그렇다. 가게의 개성을 명확하게 드러내며 시선을 사로잡는 간판. 물론 불법을 합법으로 전환하며 난립한 간판을 정리하는 사업도 의미가 있다. 정비사업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러한 정비사업에 더해 디자인을 중점으로 둔 개성 있는 간판을 만드는 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고민해볼 시기가 됐다. 간판 개선사업의 전략을 다각화한다는 측면에서 지자체는 이러한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가게의 개성을 명확하게 드러내며 시선을 사로잡는 간판. 이색적이고 흥미로운 간판이 있는 길을 만들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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