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중구 만리동, 골목을 찾게 하는 재밌는 간판
서울로 7017을 찾는 사람들을 반기는 간판
서울역 근처를 철길을 기준으로 나누자면 크게 두 공간으로 나뉜다. 환승센터와 서울스퀘어가 있는 앞길, 구두 전문점과 주택가가 밀집한 뒷길이다. 만리동은 뒤편에 있는 동네다. 길쭉하게 뻗은 수많은 철길은 서울역의 앞과 뒤를 마치 분단된 땅처럼 가르는 장벽이었다. 실제로 서울역 앞에서 뒤에 위치한 만리동으로 가려면 꽤 먼 거리를 돌아가야 했다. 최근 오픈한 서울로 7017 덕분에 접근성이 좋아졌다. 서울역 고가도로를 보도로 바꾸며 공원화한 덕분에 만리동을 찾는 새롭고 편리한 루트가 생긴 셈이다. 만리동의 재미있는 간판을 더 많은 사람이 구경할 수 있게 됐다.
만리동을 걸으며 성수동에서 느낀 감정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지역 상인들의 삶터가 유지되는 가운데 흥미로운 가게가 하나둘 들어서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재미있는 공간이 늘어가면서 최근에 몇몇 매거진에서 핫 플레이스로 주목하고 있지만, 여전히 서울역의 뒷마당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이른바 오래된 서울의 모습과 감정을 담고 있는 공간이다.
만리동은 오래된 구둣가게, 주택가, 크고 작은 상점이 자리를 건재하게 지키는 와중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라 젠트리피케이션이 조금은 더딘 편이다. 결국, 만리동은 신구조화를 통해 강한 자생력을 만들어내는 공간이었다. 서울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역의 기존 상권은 외부자본에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중심축이다. 서울로 7017을 통해서 최근 뜨는 가게를 찾은 사람들도 오래된 서울의 매력을 지닌 만리동의 구석구석을 구경한다. 이러한 분위기는 간판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집단적으로 개선사업을 한 것이 아닌 가게의 스토리를 담은 개성있는 간판.
거리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는 개성 있는 간판
만리동에서 볼 수 있는, 눈에 띄는 간판은 하나같이 다 이색적이고 가게의 개성을 담는다. 특정 구획에 질서정연하게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골목 구석구석 파편화돼 있지만, 시선을 강하게 사로잡는다. 흥미로운 간판이 꼭 골목에 들어와서 구경해보라고 손짓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마치 보물을 찾는 것처럼 골목을 계속 걷게 된다. 그냥 지나쳤던 보편적인 동네가 간판으로 인해 특별해지고 있는 셈이다.
지자체에서 진행한 간판 개선사업 결과 보도자료에 종종 등장하는 말은 "간판을 개선해 지역 이미지 제고"라는 것이다. 물론 결과물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판을 통해 거리의 풍경을 바꾸는 것에 대한 현명한 답이자 참고할 만한 사례는 이미 많다. 경리단길, 가로수길, 성수동, 샤로수길 등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의 다양한 간판이 그렇다. 가게의 개성을 명확하게 드러내며 시선을 사로잡는 간판. 발걸음을 멈추고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서 기록할 만한 간판과 가게가 많은 공간의 느낌말이다.
물론 난립한 간판을 정비하는 것은 중요하다. 불법을 합법으로 전환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정비사업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러한 정비사업에 더해 디자인을 중점으로 둔 개성 있는 간판을 만드는 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고민해볼 시기가 됐다. 간판 개선사업의 전략을 다각화한다는 측면에서 지자체는 만리동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이색적이고 흥미로운 간판을 통해서 지역 이미지를 제고하고 상권 활성화를 고민한다면 말이다. 그리고 서울로 7017같은 사람이 몰리는 공원과 연계한 다양한 도심 재생 프로젝트를 고민한다면 더더욱 유심히 지켜봐야 할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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