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위기 속에서 회복탄력성을 외치다
우리에게 영영사전으로 유명한 영국의 출판사 콜린스는 22년을 마무리하며 올해의 단어로 ‘Permacrisis(영구적 위기)’를 선정했다. 팬데믹, 기후변화,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등 대격변의 시대에 불안정과 불안이 지속되는 일상을 겪고 있는 시대상이 반영된 단어이다. 우리나라 역시 2023년 경제 성장률이 1%대로 둔화된다는 전망과 함께 유례없는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주요 기업들이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한다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이는 마케팅 비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 광고업계 역시나 긴장과 우려 속에서 올해를 맞이했다.
힘들었던 상반기는 걱정보다 잘 지나갔고, 다행히 하반기 회복세를 기대하게 하는 긍정적인 징후들이 보이고 있다. 또한, 거시 경제 환경의 위기 상황에서 광고시장은 움츠러들지 않고 큰 시작의 변화를 만들고 성장의 동력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3년 하반기와 2024년 그 이후, 예측하기 어려운 영구적 위기속에서 우리 광고 시장이 다시 한번 회복탄력성(Resilience)1)을 높여 지속 성장 할 수 있기를 우리는 기대하고 있다. 회복탄력성을 위한 첫걸음으로 변화를 감지하는 측면에서 상반기 리뷰와 함께 하반기 미디어 전망을 다뤄 보고자 한다.
1) 회복탄력성(Resilience) : 역경과 어려움을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힘
2023년 하반기 이후가 기대되는 시그널
먼저 2022년을 돌아보면, 1분기 이후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상반기까지는 2021년의 회복세가 이어져 2022년 총광고비는 약 15.8조 원으로 전년 대비 1.6% 성장하며 업계의 걱정보다는 선방하였다.
올 초, 2023년 상반기는 하락의 여파가 이어지겠지만, 하반기 이후는 완만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금융불안과 신용긴축에 따른 장기 침체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어, 하반기 역시 낙관적이기보다는 우려 속에서 광고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광고시장과 관련된 선행지표에서 더디기는 하나 하반기의 회복세를 기대하게 하는 징후들이 보여지고 있다.
2023년 소비자 심리지수 등의 체감경기 지표와 광고인들이 느끼는 업계 경험지수에서 그 시그널들을 찾아보자.
① 소비자 심리지수 등의 체감경기 지표
증권사의 경기 전망관련 리포트에 따르면, 경제 성장 전망치는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되고 있는 반면, 소비자심리지수2) 등의 체감경기 지표와 소비자심리지수에 선행하며 영향을 미치는 뉴스심리지수는 견조한 흐름을 보이며 현재 경기가 이미 저점을 기록하고 반등하고 있는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일시적인 반등이라고 보기에는 기간이나 상승폭이 크고 팬데믹 이전의 체감 경기 지표 평균 수준에 근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하반기 경기 완화 기대감은 광고시장에 반영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림 1 참고]
2) 소비자 심리 지수: 한국은행이 매월 전국 2,2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현재경기판단, 향후경기전망에 대한 6개의 개별지수를 표준화하여 합성한 지수
② 실제 광고비 추이 및 업계 경험 지수
23년 상반기 방송사 매출실적기준, 1분기는 전년대비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하였으나, 2분기는 1분기 대비 약 30% 상승하며 전년 동기 대비 10%대 하락으로 방어하였다. 이는 23년 상반기를 저점으로 추세적 회복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그림 2 참고]
또한, 각 브랜드의 하반기 마케팅 활동 계획과 최근 광고를 준비하는 브랜드들의 PT동향 등을 토대로 추정해 보건대 2023년 하반기부터는 더디지만 회복세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힘을 실어주는 소식은, 한국시장의 선행지수라 할 수 있는 미국 시장 역시나 5월부터 11개월 만에 광고비 증가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자료원: Standard Media’s US Ad Market Tracker)
다음으로 하반기 이후를 기대하게 하는 시장 지표 외에 실질적으로 한국 광고시장을 이끌고 있는 TV와 디지털 광고 시장이 위기가 지속되는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고 도약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 노력하는지 살펴보자.
방송 콘텐츠 그리고 사회적 이슈
이용하는 사람의 수와 소비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해당 매체에 투입되는 광고비도 시장 원리에 따라 증가하게 된다. 팬데믹 이후 급격하게 콘텐츠 소비가 TV에서 디지털로 이동되면서 전통적 방송광고시장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시대적 변화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경기 침체까지 겹치며 어느 미디어보다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 주요 방송사들이 인력, 조직 등의 몸집을 줄이면서도 콘텐츠 투자를 확대하여 스테디 콘텐츠인 주말극과 예능 외에도, SBS ‘모범택시’, JTBC ‘닥터 차정숙’, tvN ‘일타스캔들’ 등 시청률 20% 내외의 이슈 콘텐츠들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하반기 역시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드라마 라인업 외에도 9월 23일 개막을 앞둔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모든 스포츠 이벤트가 그래 왔듯 방송광고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다. 동시간 중계는 물론, 그동안 열심히 노력한 우리 선수들의 선전이 보태어진다면 아시안게임 자체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방송광고 시장에 기회요인이 될 것이다.
그리고 다른 축으로, 최근 큰 이슈였던 수신료 분리징수라는 변수가 전체 방송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만약 하반기부터 KBS 수신료 수입(전체의 약 45%)이 감소된다면 KBS 자체의 쇄신은 물론 KBS 광고 판매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KBS1채널의 주요 콘텐츠를 KBS2에 편성하여 광고를 판매할 수도 있고, 현재 광고방송채널이 아닌 KBS1에서 광고를 판매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주 시청자가 겹치는 종편 4사는 물론 MBC, SBS의 광고 판매에 또 다른 자극제가 될 것이다.
방송, 디지털로의 전환
Digital Media is more popular among advertisers than it is among the general public.
디지털 미디어는 소비자보다 광고주들에게 더 인기가 있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Insider Intelligence)의 아티클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웃게 된 글귀이다. ‘디지털 미디어는 실제 소비시간 보다 더 높은 광고비 비중으로 집행되고, TV시장은 그 반대다’라는 설명 또한 미국 역시나 한국과 비슷하게 TV광고의 영향력이 저평가되고 있는 부분을 꼬집은 것이리라 생각된다. [그림3 참고]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업계를 리딩하는 브랜드들을 통해 TV광고 영향력에 대한 인식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퍼포먼스 마케팅에 강한 디지털 및 데이터 기반의 회사들이 방송광고가 더 이상 브랜딩만을 위한 매체가 아니라 액션 전환 등의 퍼포먼스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을 실제 집행을 통해 확인한 후 방송광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추세이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의 정밀 타깃팅 이전에 방송광고를 통해 보다 많은 목표 타깃의 모수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도 높게 평가되고 있다.
더 나아가, 브랜드들의 마케팅 성과 측정에 대한 니즈가 커짐에 따라 방송광고의 실제 마케팅 성과 기여, 소비자 행동 영향 등을 다각도로 분석하려는 노력이 더해지고 있다. 지난 7월 중순, 모바일 행동 데이터를 보유한 아이지에이웍스(IGA Works)가 방송 시청 데이터를 보유한 통신사와 합작하여 방송광고 노출 이후 앱 설치 혹은 구매 전환 등 실질적 반응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Data & Tech 기반 마케팅 플랫폼 (ZTL, Zero the Line)을 소개하였다. 아직은 베타버전 수준이지만, 마케터들의 니즈를 그대로 반영한 디지털 전환에서의 새로운 진화이기에 방향성만큼은 높게 평가하고 싶다. 이렇듯 방송광고 노출량과 세일즈와의 상관관계를 넘어 인과관계까지 증명하는 노력은 업계에서 최근 몇 년간 최고의 관심사이다.
TV광고 시장에서 디지털 광고의 전유물로 간주되었던 타깃팅 역시 고도화되고 있다. 2019년 이후 본격화된 어드레서블(Addressable) TV3)는 MBC, SBS미디어넷, CJ ENM 등 다양한 채널로 커버리지를 확대하고 있을 뿐 아니라 타깃 맞춤형 광고 송출을 위한 빅데이터 기반의 타깃팅 업그레이드 등의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방송광고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TV의 보급과 함께 TV스크린으로 유튜브, 넷플릭스 등의 동영상 콘텐츠 소비 시간이 늘어나면서 커넥티드 TV (Connected TV, CTV) 4)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경우, 시청자 수/ 시청시간/ 광고비 모두 증가 추세로 전통 TV시장의 감소분 이상으로 커넥티드 TV 광고비가 증가하면서 Total TV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그림 4 참고]
한국 시장 역시나, TV스크린을 통한 개인화된 콘텐츠 시청 맥락을 활용할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스마트TV사의 퍼스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브랜드와 연관성이 높은 잠재고객을 타깃팅함으로써 보다 한 발자국 나아갈 것으로 기대한다.
3) Addressable TV (주소 지정 가능한 TV) : IPTV 셋탑박스를 통한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가구별 시청 특성 및 관심사에 따라 같은 시간대 동일 채널에 각기 다른 맞춤형 광고를 전달하는 광고 유형
4) Connected TV : 인터넷과 연결된 TV 스크린을 통해 VOD, OTT, FAST (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광고기반 무료 스트리밍 TV)의 콘텐츠를 시청하는 플랫폼
새로운 기회를 향해 나아가는 디지털
글로벌 마케팅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WARC의 2023년 미디어 전망에서는 디지털 시장은 ‘S곡선’의 정점에 도달하여 이제는 가파른 성장이 아닌 완만한 추이를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국내 디지털 광고의 주 메인 플랫폼이라 할 수 있는 네이버, 카카오, 유튜브의 1분기 실적 자료에 따르면(2분기는 8월 공개) 성장보다는 보합세로 진행되고 있다. [그림 5 참고] 구글 역시 국내 실적 발표는 없지만,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 기준 유튜브 광고 수익은 지난해 7.8% 줄었으며, 올해 1분기에도 전년동기 대비 3% 감소하며 3분기 연속으로 감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퍼포먼스 경쟁력 강화와 사람들의 미디어 이용행태 변화에 맞추어 네이버는 검색, 카카오는 메시지 광고 상품 등 기존의 주력 사업뿐 아니라 비즈니스 영역 확장을 통해 2분기 이후부터는 좀 더 성장의 추세가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는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최근 ‘숏폼(짧은 길이 영상)’ 콘텐츠 강화에 나섰고, 유튜브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주도하는 라이브 커머스 영역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최초로 한국에서 유튜브 쇼핑을 런칭하였다.
게다가, 버티컬 서비스로 시작되었지만 이제 슈퍼앱을 지향하는 쿠팡, 배달의 민족, 당근마켓, 토스등은 축적된 이용자 행동 및 구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프리미엄 지면에 우선 노출하여 광고 매체로서 영향력을 키워 나가고 있다.
최근 업계에서는 디지털 광고의 세 번째 큰 물결(The 3rd Big Wave)이라 칭하며 검색 광고와 소셜미디어를 잇는 ‘리테일 미디어(Retail Media)’의 성장에 주목했다. 여기에 이커머스 내 광고를 중심으로 한 리테일 미디어를 넘어 소비자 구매를 자극하는 모든 접점에서의 프로그래매틱 광고까지를 포함한 ‘커머스 미디어(Commerce Media)’로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서 볼 때, 검색과 관심사를 넘어 광고의 궁극적 목적인 구매 촉진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커머스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 나갈지가 업계의 장기적인 숙제일 것이다.
평탄한 바다는 능숙한 선원을 만들지 않는다
Smooth seas do not make skillful sailors
23년 현재 광고 시장의 위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영구적으로 지속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방송광고가 디지털 전환의 시대적 변화에 맞추어 브랜딩을 넘어 퍼포먼스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고, 디지털 역시 새로운 기회를 찾는 노력을 계속하며 전체 광고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 광고시장은 위기에 움츠러들지 않고 그 위기를 디딤돌 삼아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의 DNA를 키워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혹시나 이번 하반기가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 광고 시장을 지지하고 응원해 보자.
*이 원고는 KAA저널에도 기고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