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한통이면 배달해주는 국내토종 피자 프랜차이즈
80일 키운 유기농 토마토에 천연발효종 넣은 생도 사용
지역특산 재료 사용해 맛 높여 매출 증진보다 `미식`에 중점
`인생삼락(人生三樂)`이라는 말이 있다. 옛 성현 맹자는 그 세 가지 중 첫째를 부모가 다 살아 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 둘째는 하늘과 사람에게 부끄러워할 것이 없는 것, 셋째는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 것이라 했다. 지극히 맞는 말이지만 `욜로(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를 부르짖으며 사는 요즘 사람들이 무릎을 치며 공감하기엔 조금 먼 얘기가 아닐까 싶다.
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서화가인 추사 김정희의 즐거움은 맹자와는 또 다르다.
`일독이색삼주`라 해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항상 배우는 선비 정신(一讀), 사랑하는 사람과의 변함없는 애정(二色), 벗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풍류를 누리는 즐거움(三酒)을 인생삼락으로 꼽았다고 한다. 아무래도 맹자보다는 조금 더 삶의 흥을 즐겼던 분 같다. `먹는 즐거움이야말로 삶의 낙`이라 말하는 이가 적지 않은 요즘인데, 세월이 좀 다르다고 해서 식도락(食道樂)을 인생의 즐거움으로 꼽은 선조를 찾기 힘들다니 의아한 일이다. 맹자가 말한 `가족이 모두 무고한 것의 즐거움`을 `먹는 즐거움`과 바꿀 수 있겠느냐마는, 학문을 닦거나 화를 참는 것보다야 먹는 게 쉽기도 하려니와 훨씬 더 재미있다는 게 매사 단순한 내 생각이다. 추사가 말한 `벗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는 즐거움` 정도가 그나마 먹는 즐거움과 맞닿아 있지 않나 생각한다.
어찌됐든 `식도락`이라는 단어가 존재하는 걸 보면 예로부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인생의 큰 즐거움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제는 단순히 맛집을 찾아 음식을 즐기는 것을 넘어 사진을 찍어 기록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인증받는 것까지가 음식을 즐기는 보편적 공식이 됐다. 새로 생긴 카페,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TV에 나온 먹자골목, 새벽부터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다는 숨은 맛집에 이르기까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새로운 식도락 공식에 대입할 콘텐츠는 무수히 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식도락이 정말 정도(正道)를 가고 있는가. 음식이 한 나라의 문화 수준을 대변하는 세상에 사는 우리지만 바른 먹거리를 알고, 음미하는 것은 어쩌면 뒷전이 돼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자극적인 트렌드와 군중심리, 진위를 알 수 없는 홍보글과 맛집 블로거들의 상업화 등에 가려져 식도락의 도(道)는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이 음식에 어떤 식자재가 쓰였는가보다는 예쁘게 찍힌 음식 한 장이 더 중요하고, 이 음식점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음식을 만들었는가보다는 누가 다녀간 집인가가 더 중요해지는 세상이다.
문득 피자 하나가 생각난다. 천연발효종을 넣은 생도를 이용해 풍미를 높인 이 피자는 의외로 레스토랑 피자가 아닌 전화 한 통이면 배달해주는 국내 토종 프랜차이즈 피자다. 전 제품에 적용되는 생도에 고급 베이커리에서 사용하는 효모와 유산균을 넣어 최소 48시간을 저온 숙성해 식후 더부룩함을 줄이고 소화 흡수력은 올렸다.
정성을 들여야 하는 만큼 제품을 만드는 시간은 더 늘어났겠지만, 구수한 풍미를 맛보면 이 집이 왜 이런 수고를 하는지 이해하고도 남는다. 도 위에 바르는 토마토 소스도 80일 동안 키운 100% 유기농 토마토를 이용해 강렬한 향미를 살렸고, 피자에서 빠질 수 없는 치즈 역시 100% 생치즈만을 고집한다고 하니 제대로 알고 먹으면 이제 `피자로 한 끼 때운다`는 말은 쏙 들어가게 생겼다. 토핑에 따라 인기가 좌우된다고 생각했던 피자를 이렇게 기본부터 남다른 정성으로 만들고 있으니 SNS에 올리는 인증 사진에는 드러나지 않겠지만 먹어본 사람이라면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는 큰 차이라 하겠다.
이 피자 브랜드에는 여타 프랜차이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색다른 점이 한 가지 더 있다. 지역 한정 특산물 피자가 바로 그것이다. 첫 시작은 완도점에서만 맞볼 수 있는 전복 피자였다. 싱싱한 100% 완도산 전복을 아낌없이 사용해 이 지역을 찾는 많은 이들의 미각을 사로잡는 것은 물론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양식 어가를 돕는 역할까지 했다. 최근에는 지역 한정 특산물 피자 두 번째로 제주흑도새기 피자를 선보였다. 이 역시 제주 특산물인 흑돼지와 한라봉청, 제철 맞은 유채꽃을 재료로 사용했고, 네이밍 또한 돼지를 일컫는 제주도 방언 `도새기`를 그대로 이용하는 센스도 발휘했다.
그곳에서 구해야 가장 맛있는 재료로 만들어 그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피자! 단순히 매출을 늘리기 위한 아이디어가 필요했다면 굳이 구하기 까다롭고 전 매장에서 판매할 수도 없는 지역 특산물을 재료로 정하진 않았을 것이다. 음식의 본질과 재료에 대한 깊은 이해, 먹는 사람에 대한 존중과 국내 토종 브랜드로서의 사명감이 더해졌기에 가능한 시도가 아닐까 싶다.
음식을 즐기는 방법이 달라졌다. 그에 따라 음식을 만드는 분들의 수고는 더 많아지고 있을 것이다. 계속되는 그분들의 수고에도 본질을 잊는 우를 범하지 않게 하려면 음식을 먹고 즐기는 우리의 노력도 필요하다. 필자 또한 어설픈 미식가 코스프레에 집중한 나머지 음식 본연의 맛이나 식재료에 대한 관심은 뒷전이 아니었는지 반성해본다.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의 몸과 건강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손쉽게 시켜 먹는 음식부터라도 더 좋은 것과 건강한 것을 골라 먹으려는 노력을 해야 음식을 만들고 개발하는 분들의 수고가 빛을 잃지 않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패스트푸드, 배달 음식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비싼 레스토랑도 아니고 이만하면 됐다 싶은 음식들도 있다. 하지만 그 음식을 만드는 분들의 땀과 노력은 우리의 상식과 상상 이상일 때도 있다. 천연발효종을 넣은 도와 100% 유기농 소스를 고집하는 배달 피자의 노력처럼 말이다. 인생의 절반은 먹는 것이다. 음식을 선택하고 먹는 사람들의 안목과 만드는 분들의 수고가 함께할 때 우리의 식도락은 더 오래오래 즐거울 수 있지 않을까.
- 출처 ▶ 매일경제 2019년 4월 19일자 지면 기사 발췌
- 원본보기 ▶ https://bit.ly/2PIpzF9
서울서는 못 먹는 한정판 피자…프랜차이즈의 역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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